답변의 바탕이 된 설교
'거룩' 2016년 4월 6일 수요 기도 모임 설교
2016-04-06 · 게시된 설교 원문 · 약 4분 읽기
강조된 문장은 Q&A 답변의 근거입니다. 앞뒤 문맥을 포함한 설교 전문을 아래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게시된 설교 원문
20160406 수요 기도 모임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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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전서 1장 13~17절, 거룩
* 설교 음성파일 :
최근 저희 교회 홈페이지에 어르신 한 분이 가입 요청을 하셨습니다. 보통 가입 요청을 하게 되면 관리자에게는 그분의 나이와 성별 등 기본적인 정보가 확인이 됩니다. 그런데 이 어르신의 연령이 80대로 나오는 겁니다. 뭔가 착오가 있는 건 아닌가, 이 연세에 인터넷을 하시고 카페에도 가입을 하시나, 궁금증이 생겨서, 그분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블로그에는 그분의 여러 신앙적인 글들과 묵상들, 또 살아온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 있었는데요, 한 눈에 보기에도 그분의 삶과 신앙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냥 오며 가며 교회를 다니고, 적당히 하나님을 믿은 게 아니라, 정말 하나님을 제대로 알고 싶고, 믿고 싶은 간절함이 살아온 그분의 인생에 짙게 배여 있었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은행)을 그만두고 신학교에도 가고, 여러 기도원과 목사님들을 찾아다니며 말씀을 듣고 기도하면서, 그렇게 살아 온 인생을 보면서, ‘이분 무슨 도인 같다, 아, 목사인 나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하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그분의 글들을 읽으면서, 문득 모든 그리스도인이란 예수라는 길을, 예수라는 도를 구하고 찾아가는, ‘도인’(道人)이라는 한 목사님의 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본문 17절의 나그네라는 말처럼, 우리는 비록 이 땅 위에서 살지만, 이 땅에 속한 존재가 아니라, 이제 곧 우리에게 임할 주님의 나라에 속한 존재로서, 주님의 길을 따르고 쫓는 나그네요, 길 위의 도인임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15절 말씀처럼, 오직 너희를 부르신 거룩한 이처럼, 우리도 모든 행실에 거룩한 자가 되라고 주님은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결국 도인이요, 나그네입니다. 그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살면, 그 겉의 모습이 어떤 삶이든, 우리는 매순간 방황하고 흔들리며, 결국은 맛 잃은 소금처럼,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린 가장 불쌍한 인생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또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내고 저와 여러분이 이곳에 모였지만, 그런 우리의 삶이 과연 그리스도의 도인다운 모습인지, 거룩함을 향한 경주 위에 우리가 서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지, 두려운 마음으로 마음의 허리를 동여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에라, 모르겠다. 이제 이판사판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는 지경’을 일컫는 말인데, 불교에서 나온 말이라 합니다. 여기 ‘이판(理判)’은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도를 닦는 일을 말하고, 그러한 일을 수행하는 스님을 ‘이판승’이라 했답니다. 반면 ‘사판(事判)’은 ‘절의 재물과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일을 일컫고, 그러한 일을 수행하는 스님을 ‘사판승’이라고 불렀습니다.
출가를 해서 불자가 되려는 사람은 그러니까 이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던 겁니다. 이판승이 되든, 사판승이 되든,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인생의 막다른 기로, 거기서 이판사판이라는 말이 유래한 겁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 그리스도인의 길은 이판사판, 모두에 해당하는 삶입니다. 누구는 이판으로, 누구는 사판으로 사는 게 아니라, 모두가 이판사판입니다. 요즘은 목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판만으로 목회하기가 너무 힘든 세상이고, 또 이판의 삶만이 진짜 목회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판의 삶에서 이판의 거룩함을 이루는 것, 사판의 모든 행실에서, 그리스도의 거룩함을 살아내는 것, 그것이 주님이 초청하는 우리의 삶의 길이기에, 우리는 모두 진정한 도인이 되지 않고서는, 그리스도인의 길을 걸어갈 수가 없습니다.
본문 17절은 심판하시는 하나님을 선포합니다. 그 심판은 우리의 직업이나 소유나 사람들의 평판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거룩한 행위에 근거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말씀합니다. 이 땅의 삶을 진정 도인으로 살았는가, 아니면 ‘에라 모르겠다, 이판사판이다’ 제 멋대로 살았는가, 하나님은 반드시 심판하시며, 그 행위대로 갚으실 것입니다.
사판의 일상을 살지만, 또한 이판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성도의 삶임을 여러분, 잊지 마십시다. ‘도’를 아십니까, 물으며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그 사람들의 소리를 흘려듣지 말고, 우리가 진정 이판사판성도로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두려움으로 새겨들읍시다.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사판의 옷을 입은 도인이라는 사실을 한 순간도 잊어버리지 마십시다. 세상이 뭐라 우리를 부르든, 저와 여러분은 주님의 제자들임을 자부하며 살아가십시다. 그 마음으로 다시 한 번 13절 말씀 다함께 읽겠습니다. “그러므로 너희 마음의 허리를 동이고 근신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에 너희에게 가져다주실 은혜를 온전히 바랄지어다.” 아멘.
주님 다시 오실 때 가져다주실 그 은혜가 오늘 저와 여러분의 삶에도 충만하게 임하여 주시기를, 그래서 더욱 담대히 이판사판의 거룩함을 이루어가는 저와 여러분의 삶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 드립니다. 아멘.